최우수상 - 수필"당신은 기적을 믿나요" 최지아
2024-12-05 10:55:47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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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기적을 믿으시나요. 우리의 삶 속에 항상 있는 기적은 어려운 것이 아니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 노랫말은 내가 고등학생 때 즐겨들었던 CCM 가수 러브의 기적이라는 찬양의 가사 일부이다. 숨만 쉬어도 힘들다는 고3 생활을 버티게 해준 찬양이다. 학업 스트레스와 진로 선택의 길에서 매일 기적을 꿈꾸며 살았다. 오늘 밤 내 꿈에 하나님이 나오셔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나에게 그런 드라마틱한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흔히 말하는 못해 신앙의 전형이다. 태어나 보니 우리 집은 3대째 기독교 집안이었고 주일에는 하루 종일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당연했다.

교회에 가지 않으면 며칠 동안 밥을 주지 않는 것이 당연했고, 용돈이 생기면 헌금부터 내야 하는 그 시절 전형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왔다.

그래서일까 나는 사랑의 하나님보다 부흥회나 수련회에서 만나는 강렬한 하나님을 더 기다려왔다. 그 무렵 유독 천국과 지옥을 경험했다는 사람들의 책이 많았고 나는 그것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애석하게도 나에게는 내가 바라는 그 어떤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 해가 지나서 어느 날 갑자기 자가면역질환에 걸리게 되었다. 병원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난치병이라고 했다. “교회에 나가서 매주 예배도 드리고 새벽 기도도 나가고 봉사도 열심히 했는데.. 제가 왜 이런 병에 걸렸나요?” 하나님에 대한 서운한 마음과 분노의 감정이 생겼다. 모순적이게도 하나님을 향한 분노와 원망이 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기적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12년 된 혈루 병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고 병이 깨끗하게 나았다는 성경 속 이야기, 죽었던 나사로가 다시 살아난 이야기 그리고 기독교 방송에서 나오는 수많은 간증 이야기를 보며 그 기적이 나에게도 일어나길 바라고 또 바랐다. 그러나 나에게 그와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나님이 나를 버려두신 건지 아니면 나의 믿음이 부족해서인지

내 짧은 생각으로는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내 병이 귀신이 들려서 그런 것이라고 축사 사역을 하는 곳에 가야 한다고 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축사 사역을 하는 곳에도 가보았고, 치유 집회에도 가봤지만 나에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덧 이 병과 함께한 시간이 20여 년이 다 되어간다. 그 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고 나는 이제 죽은 나사로가 살아나는 기적을 바라지 않게 되었다.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고 포기하거나 체념한 것은 아니다. 이제는 진짜 기적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에 더 이상 드라마틱한 기적을 바라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3년 만에 패혈증을 두 번이나 겪을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졌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간단한 수술을 받다가 4시간 동안

의식을 잃기도 했다. 의식을 잃고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갔을 때 밖에서 얼마나 위급하고 급박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내가 그 시간 동안 경험한 것은 무의식 속에서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었다. 일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믿지 않는 누군가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저승사자를 봤다고 하고, 믿는 누군가는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났다고 했다.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은 “하나님, 지금 여기 저와 함께 계시죠?”라는 말뿐이었다. 갑자기 내 마음속에 창세기 1장 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느니라 와 요한복음 1장 1절,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라는 두 말씀이 마음에 떠오르며 하나님이 여기에 나와 함께 계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4시간이 지나서 의식이 돌아왔다.

내가 의식을 잃은 사이에 밖에서 의료진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알게 되었다.

눈을 떠서 다시 마주한 세상은 모든 것이 감사의 제목이었고 기적이었다.

그토록 기다리며 꿈꿔왔던 기적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기적이란 크고 대단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내 안에 계신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믿는 믿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야 처음에 썼던 ‘기적’이라는 찬양의 가사 뒷부분이 마음에 들어왔다.

‘죽었던 나사로가 살아나고 눈먼 바디매오가 눈을 뜨고.. 그것만이 기적은 아니죠.’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이 땅에 오신 것이 바로 기적이죠.’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예수님, 그리고 그것을 믿을 수 있는 믿음이 기적이라는 것을 아주 오랜 시간을 지나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이제 내 기도는 전과는 달라졌다. 고통의 시간에서 그 고통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닌 지금 이 고통을 잘 견딜 수 있는 힘과 이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대로 나를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의 내용이 바뀌었다.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가족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것도

남편과 밤마다 함께 두 손을 붙잡고 하나님께 기도드릴 수 있는 이 모든 일이 기적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매일 나와 함께하시는 주님, 기적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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